상가 원상복구 특약을 제대로 작성하려면 “임차인은 계약 종료 시 원상복구한다”는 한 줄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집 철거 책임과 부가세 계산을 어느 정도 정리한 뒤 작은아버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전처럼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다음 임차인부터는 계약서에 원상복구한다고 크게 써놓으면 되겠네?”
저는 오히려 그 한 줄 때문에 이번 분쟁이 생긴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원상복구한다는 말보다 어떤 상태로 돌려놓을지를 적으셔야 합니다.”
작은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그걸 계약서에 전부 어떻게 쓰냐?”
사실 계약서 본문을 길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계약서에는 원칙을 적고, 기존 시설목록과 사진을 별지로 붙이면 됩니다.
수천만원짜리 원상복구 분쟁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은 복잡한 법률용어가 아니라 다음 네 가지입니다.
- 임차인이 들어올 당시의 시설목록
- 원상복구 기준이 되는 사진
- 기존 시설별 퇴거 시 처리 방법
- 임대인·전 임차인·현 임차인이 함께 서명한 승계합의서
“원상복구한다”는 문구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
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이 있으면 임대인이 무조건 유리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2023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계약서에 임차인이 자신의 부담으로 원상복구한다는 내용과 “계약 만료 시 땅을 원상복구한다”는 특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그 문구만으로 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가건물과 철창까지 현 임차인이 철거하기로 약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차 당시 이미 존재한 시설까지 철거하게 하려면 임대차계약의 체결 과정, 목적물의 범위, 기존 시설의 상태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
계약서에 인쇄된 원상복구 조항이 있더라도 다른 특약과 계약 체결 경위를 종합해 임차인에게 원상복구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판례도 있습니다.
계약서 한 줄보다 계약 전체의 취지와 당사자들이 실제로 무엇에 합의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좋은 원상복구 특약은 “원상복구한다”라고 크게 쓰는 계약서가 아닙니다. 원상의 기준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계약서입니다.
첫 번째 서류: 입주 당시 시설목록
작은아버지의 어린이집에는 다음과 같은 시설이 있었습니다.
- 어린이용 세면대와 변기
- 교실 칸막이
- 붙박이 수납장
- 미끄럼 방지 바닥재
- 냉난방기
- 주방 싱크대
- 출입구 안전문
- 외부 간판과 차양
- 소방·피난 관련 설비
문제는 이 가운데 무엇을 전 임차인이 설치했고, 무엇을 건물주가 설치했으며, 현 임차인이 무엇을 추가했는지 정리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설목록은 다음과 같이 작성하면 됩니다.
별지 1. 기존 시설목록
| 번호 | 시설명 | 위치 | 설치자 | 인수 당시 상태 | 퇴거 시 처리 | 사진번호 |
|---|---|---|---|---|---|---|
| 1 | 어린이용 세면대 | 1층 화장실 | 전 임차인 | 정상 | 철거 후 일반 세면대로 복구 | P-01 |
| 2 | 교실 칸막이 | 1층 중앙 | 전 임차인 | 정상 | 철거 | P-02 |
| 3 | 붙박이 수납장 | 교실 벽면 | 전 임차인 | 일부 마모 | 존치 | P-03 |
| 4 | 천장형 냉난방기 | 교실 | 임대인 | 정상 | 존치 | P-04 |
| 5 | 외부 간판 | 출입구 | 현 임차인 | 신규 | 철거 및 벽면 복구 | P-05 |
| 6 | 미끄럼 방지 바닥재 | 교실 전체 | 확인 불가 | 사용 가능 | 별도 협의 | P-06 |
시설목록에는 단순히 시설 이름만 적지 말고 퇴거할 때 어떻게 처리할지를 함께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 철거
- 존치
- 임대인에게 무상 귀속
- 임차 당시 상태로 복구
- 계약 종료 전 별도 협의
“별도 협의” 항목이 너무 많으면 다시 분쟁이 생깁니다. 계약할 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 서류: 원상복구 기준을 정한 특약
원상복구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 1. 임차 당시 상태로 돌려받는 경우
기존 시설을 그대로 둔 채 임차인이 추가한 부분만 철거하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이 작성할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 특약 예시 ① — 임차 당시 상태 기준
임대차개시일 현재 임차목적물의 상태는 별지 1 시설목록 및 별지 2 사진대장과 같다.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중 자신이 새로 설치하거나 변경한 시설을 자신의 비용으로 철거하고, 임차목적물을 위 시설목록 및 사진대장에 나타난 인도 당시의 상태로 복구하여 반환한다.
별지 1에서 ‘존치’로 표시한 기존 시설은 원상복구를 위한 철거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만 임차인이 해당 시설을 추가로 변경하거나 훼손한 경우에는 그 변경·훼손 부분을 복구한다.
이 문구는 현 임차인이 들어올 당시의 상태를 원상으로 삼는 방식입니다.
선택 2. 전 임차인의 시설까지 모두 철거하게 하는 경우
현 임차인이 전 임차인의 사업과 시설을 인수하고, 임대인은 계약 종료 시 텅 빈 상태로 돌려받고 싶다면 훨씬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원상복구 특약 예시 ② — 기존 시설까지 철거하는 기준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별지 1 시설목록에 기재된 기존 시설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인수하였다. 임차인은 위 시설이 전 임차인 또는 제3자에 의해 설치되었다는 사정과 관계없이, 임대차 종료 시 별지 1에서 ‘임차인 철거’로 표시된 시설을 자신의 비용으로 철거한다.
철거 후 임차목적물은 별지 3 원상복구 기준도에 표시된 상태로 복구한다. 복구 범위에는 천장, 바닥, 벽체, 전기, 배관 및 간판 철거 부분의 마감이 포함된다.
임대인이 기존 시설의 사용을 승인한 사실만으로 해당 시설의 철거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철거 면제 또는 존치 승인은 임대인이 별도의 서면으로 동의한 경우에만 인정한다.
“건물을 원상복구한다”보다 “별지 1의 1번, 2번과 5번 시설을 철거하고 별지 3 사진의 상태로 돌려놓는다”가 훨씬 분명합니다.
임차인에게 전 임차인 시설의 철거 책임까지 부담시키려면 해당 조항에 별도로 서명이나 날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 뒤쪽에 작은 글씨로 숨기기보다 임차인이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확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두 예시는 서로 다른 기준이므로 한 계약서에 동시에 넣으면 안 됩니다.
임대인의 시설 설치 승인이 철거 면제는 아닙니다
임차인은 영업을 위해 벽체를 변경하거나 간판, 배기시설, 냉난방기와 전기설비 등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임대인이 “설치해도 좋다”고 승인했다고 해서 계약 종료 시까지 그대로 남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임대인이 승인만 해주고 퇴거 시 처리 방법을 정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건물주가 설치를 허락했으니 그대로 두어도 되는 것 아닌가?”
따라서 설치 승인서에는 퇴거 시 처리 방법까지 적어야 합니다.
시설 설치 승인서에 들어갈 내용
- 설치할 시설의 명칭과 위치
- 도면 또는 시공계획
- 전기·가스·수도·배관 변경 여부
- 인허가가 필요한 시설인지
- 공사업체와 공사기간
- 공사 중 발생한 손해의 책임
- 퇴거 시 철거 또는 존치 여부
- 철거 후 복구해야 할 상태
시설 설치 승인 문구 예시
임대인은 별지 도면에 표시된 시설의 설치와 사용을 승인한다. 본 승인은 해당 시설의 설치·사용에 대한 동의일 뿐, 임대차 종료 시 철거의무를 면제하거나 해당 시설을 임대인이 인수한다는 뜻은 아니다.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시 해당 시설을 철거하고 설치 전 상태로 복구한다. 다만 임대인이 계약 종료 전에 서면으로 존치에 동의한 시설은 철거 대상에서 제외한다.
반대로 임대인이 시설을 남겨두기를 원한다면 “존치한다”고 명확하게 적어야 합니다.
임대인은 계약 종료 시 위 시설의 존치에 동의하며, 임차인은 해당 시설을 철거하지 않는다. 다만 시설의 소유권, 잔존가치 정산 및 향후 수리 책임은 별도 합의에 따른다.
“그때 가서 보자”는 말이 가장 위험합니다. 실제로 그때가 되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포괄양수도 때는 세 사람이 함께 서명해야 합니다
전 임차인과 현 임차인이 사업을 양수도할 때 흔히 두 사람만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 시설비는 얼마인지
- 권리금은 얼마인지
- 비품은 무엇인지
- 종업원과 거래처를 승계하는지
정작 임대인은 마지막에 현 임차인과 새 임대차계약서만 작성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 임차인의 시설과 원상복구의무가 누구에게 넘어갔는지가 빠지기 쉽습니다.
사업양도와 임차권 양도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민법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629조
따라서 임차인 교체와 기존 시설의 원상복구 책임을 함께 정하려면 임대인, 전 임차인과 현 임차인이 참여하는 3자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분명합니다.
임차인 지위·시설 승계합의서는 이렇게 작성합니다
임차인 지위 및 기존 시설 승계합의서 예시
임대인: ○○○
전 임차인: ○○○
현 임차인: ○○○
임대목적물: ○○시 ○○로 ○○, 1층제1조 임차인 변경
전 임차인과 현 임차인은 ○○년 ○월 ○일을 기준으로 어린이집 사업과 별지 시설목록의 시설을 양도·양수하며, 임대인은 이에 동의한다. 임차권을 승계하는 방식인지 기존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새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인지는 아래 선택란에 명확히 표시한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임차인 지위를 현 임차인이 승계한다.
□ 기존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임대인과 현 임차인이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제2조 기존 시설의 확인
현 임차인은 별지 1 시설목록과 별지 2 사진대장을 통해 기존 시설의 종류, 위치 및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인수한다.제3조 원상복구의무
임대차 종료 시 기존 시설의 철거 및 원상복구 범위는 별지 1의 ‘퇴거 시 처리’ 항목에 따른다. 현 임차인은 ‘현 임차인 철거’로 표시된 시설에 대해서는 설치자가 전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철거의무를 부인하지 않는다.제4조 승계일 전후의 책임
승계일 이전에 발생한 연체차임, 관리비와 손해는 전 임차인이 부담하고, 승계일 이후 발생한 채무는 현 임차인이 부담한다. 다만 기존 시설의 철거 책임은 제3조 및 별지 1에 따른다.제5조 보증금 정산
전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과 현 임차인의 보증금 지급 방법 및 일자는 별지 정산내역과 같다.제6조 다른 약정과의 관계
기존 임대차계약, 사업양도계약과 이 합의서의 내용이 충돌하는 경우 기존 시설의 원상복구 범위에 대해서는 이 합의서와 별지 시설목록을 우선 적용한다.○○년 ○월 ○일
임대인: ________ 서명 또는 날인
전 임차인: ________ 서명 또는 날인
현 임차인: ________ 서명 또는 날인
임차권을 그대로 승계하는 것인지, 전 임차인의 계약을 종료하고 현 임차인과 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는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두 방식을 모두 표시하거나 아무것도 표시하지 않으면 다시 계약관계가 불분명해집니다.
세법상 사업의 포괄양수도 여부와 민사상 임차권·원상복구의무 승계 여부도 별개로 판단됩니다. 세금 신고에서 포괄양수도로 처리했다고 해서 임대인에 대한 철거의무까지 자동으로 승계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은 많이 찍는 것보다 알아볼 수 있게 찍어야 합니다
휴대전화에 사진이 수십 장 있어도 어느 장소를 언제 찍은 것인지 알 수 없다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은 다음 순서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전체 사진
출입구에서 내부 전체가 보이게 촬영합니다.
- 출입구
- 천장
- 바닥
- 벽체
- 주방
- 화장실
- 창고
- 외부 간판
2. 시설별 근접 사진
시설목록 번호와 사진번호를 맞춥니다.
예를 들어 시설목록의 어린이용 세면대가 1번이라면 사진은 P-01로 표시합니다.
3. 파손 부분 사진
균열, 구멍, 누수 흔적과 오염 등은 가까운 사진과 전체 위치를 알 수 있는 사진을 함께 찍습니다.
가까이 찍은 사진만 있으면 그 흔적이 건물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4. 사진대장 작성
| 사진번호 | 촬영 장소 | 확인 내용 | 촬영일 |
| P-01 | 1층 화장실 | 어린이용 세면대 2개 | 2026. 8. 19. |
| P-02 | 교실 중앙 | 이동식 칸막이 4개 | 2026. 8. 19. |
| P-03 | 교실 벽면 | 붙박이 수납장과 기존 흠집 | 2026. 8. 19. |
사진대장을 출력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 장에 서명하거나 간인하면 나중에 “계약 후에 촬영한 사진”이라는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동영상도 함께 촬영하면 좋습니다. 출입구에서 시작해 내부를 한 방향으로 천천히 돌면서 시설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합니다.
입주 전 사진만큼 퇴거 전 사진도 중요합니다
퇴거 당일에 처음 현장을 확인하면 이미 철거가 끝났거나 시설이 반출된 뒤일 수 있습니다.
법에서 정한 기간은 아니지만 실무상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점검하면 좋습니다.
계약 종료 약 60일 전
- 임차인의 퇴거 의사 확인
- 기존 시설목록 전달
- 원상복구 범위 1차 협의
- 현장 공동점검 일정 결정
계약 종료 약 30일 전
- 철거 대상과 존치 시설 확정
- 필요한 경우 철거업체 견적 수령
- 임차인이 직접 공사할지 임대인이 맡을지 결정
- 공사기간과 완료일 확정
계약 종료 약 7일 전
- 공사 진행상태 확인
- 미완료 항목 목록 작성
- 계량기, 관리비와 열쇠 반환 방법 협의
- 보증금 예상 정산표 작성
퇴거 당일
- 최종 사진과 동영상 촬영
- 시설별 완료 여부 확인
- 전기·수도·가스 계량기 확인
- 열쇠와 출입카드 반환
- 보증금 정산서 작성
- 미완료 공사가 있으면 처리방법과 기한을 서면으로 확정
이 일정대로 하면 퇴거 당일 건물 앞에서 서로 처음 견적서를 꺼내며 싸우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견적서는 철거와 새 공사를 나눠 받아야 합니다
임차인이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임대인은 철거업체의 견적서를 근거로 보증금 공제를 주장하게 됩니다.
이때 견적서가 “철거 및 인테리어 일체 5,000만원”으로 되어 있으면 임차인의 원상복구비와 새 임차인을 위한 공사비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견적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이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기존 시설 철거비
- 폐기물 처리비
- 파손 부분 복구비
- 천장·바닥·벽체 마감비
- 신규 시설 설치비
- 새 임차인을 위한 인테리어비
철거공사가 끝난 뒤에는 견적서만 보관하지 말고 공사계약서, 철거 전후 사진, 세금계산서와 계좌이체 내역도 함께 보관해야 합니다.
원상복구비 2,000만원과 부가세 200만원 중 보증금에서 얼마를 공제할 수 있는지는 상가 원상복구 비용과 부가세 정산 글에서 실제 숫자로 계산했습니다.
임대인이 시설 인수를 승인할 때도 확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시설을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도록 허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임차인이 그대로 쓴다고 하니 철거하지 말고 두세요.”
이 말을 들은 기존 임차인은 자신의 원상복구의무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음 임차인이 계약 직전에 마음을 바꾸거나 시설이 고장 나면 책임 소재가 다시 불분명해집니다.
따라서 시설을 넘길 때에는 다음 세 사람이 확인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임대인
- 퇴거하는 임차인
- 시설을 인수하는 새 임차인
기존 시설 인수확인서 예시
현 임차인은 별지 시설목록에 기재된 시설을 현재 상태로 인수한다. 임대인은 해당 시설의 존치 및 사용을 승인한다.
퇴거하는 전 임차인은 별지에서 ‘인수 완료’로 표시된 시설에 대해서는 철거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현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시 별지의 ‘퇴거 시 처리’ 항목에 따라 해당 시설을 철거하거나 존치한다.
본 확인은 시설의 성능, 안전성과 잔존가치를 임대인이 보증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시설의 수리·교체 및 법령상 인허가 책임은 별도 약정에 따른다.
“시설을 그냥 두어도 좋다”는 문자 한 통보다 시설목록이 붙은 3자 확인서 한 장이 훨씬 안전합니다.
원상복구가 미흡하면 보증금 전부를 잡아둘 수 있을까?
원상복구비는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이 주장하는 금액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이 원상복구비 상당의 손해배상채권도 담보한다고 보면서, 그 손해배상채권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은 임대인이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14671 판결
따라서 임대인은 다음 순서로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계약서와 시설목록에서 원상복구 대상 확인
- 임차인에게 미완료 항목을 서면으로 통지
- 보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 제시
- 임차인이 이행하지 않으면 철거 전 사진과 동영상 확보
- 세부 공종이 표시된 견적서 수령
- 필요한 공사를 진행한 뒤 세금계산서와 이체내역 보관
- 보증금 정산서에 항목별 공제액 기재
- 공제 후 남은 보증금 반환
분쟁이 예상되는데 시설을 바로 철거하면 원래 상태와 훼손 정도를 입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금액이 크다면 철거 전에 변호사와 증거보전 방법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원상복구비가 보증금을 넘으면 어떻게 할까?
예를 들어 보증금이 3,000만원인데 다음 금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연체차임과 부가세: 1,100만원
- 미납 관리비: 300만원
- 인정되는 원상복구 손해액: 2,000만원
- 합계: 3,400만원
보증금보다 공제액이 400만원 많습니다.
보증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초과액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추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사비가 더 들었으니 400만원을 보내라”는 문자만 보내기보다 다음 자료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임대차계약서와 원상복구 특약
- 기존 시설목록
- 입주·퇴거 당시 사진
- 원상복구 미이행 통지
- 견적서와 공사계약서
- 철거업체 세금계산서와 이체내역
- 보증금 공제 내역
- 초과 청구액 계산표
- 지급기한과 입금계좌
정해진 기한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책임 범위 자체가 다투어지고 있다면 단순한 지급명령보다 계약서와 증거를 검토한 후 절차를 선택해야 합니다.
보증금 정산서에는 한 줄로 적지 마십시오
좋지 않은 정산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증금 3,000만원에서 원상복구비 2,200만원을 공제하고 800만원을 반환한다.
이렇게 작성하면 2,200만원이 순수한 손해배상금인지, 임대인이 제공한 철거용역의 대가인지, 부가세가 포함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좋은 정산서는 공제항목을 나눕니다.
| 공제항목 | 금액 | 부가세 | 근거자료 |
| 연체차임 | 원 | 원 | 임대차계약서 |
| 미납 관리비 | 원 | 원 | 관리비 정산서 |
| 원상복구 손해배상금 | 원 | 해당 없음 | 시설목록·사진·공사증빙 |
| 철거용역 공급가액 | 원 | 원 | 합의서·세금계산서 |
| 기타 공제액 | 원 | 원 | 관련 증빙 |
작은아버지의 싸움은 계약할 때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번 어린이집 분쟁은 퇴거하는 날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원인은 몇 년 전 현 임차인이 어린이집을 인수할 때 만들어졌습니다.
- 기존 시설목록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 임차 당시 사진에 서로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 전 임차인의 철거의무를 누가 승계하는지 정하지 않았습니다.
- 임대인은 시설 인수를 허락했지만 서면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 계약서에는 “원상복구한다”는 일반적인 문구만 있었습니다.
작은아버지와 현 임차인은 서로 다른 원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생각한 원상은 어린이집이 들어오기 전의 빈 상가였습니다. 현 임차인이 생각한 원상은 자신이 전 임차인에게서 어린이집을 넘겨받았을 당시의 상태였습니다.
사진 한 장과 시설목록 한 장만 있었어도 어느 상태가 기준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좋은 계약서는 길고 어려운 계약서가 아닙니다. 나중에 서로 기억이 달라져도 같은 답을 찾을 수 있는 계약서입니다.
임대인이 준비할 원상복구 서류 7가지
마지막으로 필요한 서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임대차계약서의 구체적인 원상복구 특약
- 설치자와 퇴거 시 처리방법이 표시된 시설목록
- 입주 당시 사진대장과 동영상
- 시설 설치·변경 승인서
- 사업양수도 시 3자 임차인 지위·시설 승계합의서
- 퇴거 전 공동점검표와 원상복구 완료확인서
- 견적서·세금계산서·이체내역이 첨부된 보증금 정산서
전 임차인의 시설을 누가 철거해야 하는지는 세 가지 대법원 판례를 살펴본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글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원상복구 분쟁은 퇴거할 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때 예방하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한다”는 한 줄을 더 굵게 쓰는 것보다 시설목록 한 장과 사진대장 한 장을 붙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작은아버지께도 다음 임차인을 받을 때는 계약서부터 보여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술 한잔하시기 전에 말입니다.
※ 이 글에 포함된 특약과 확인서 문구는 일반적인 참고 예시입니다. 실제 계약에는 건물의 상태, 업종, 시설, 사업양수도 방식과 당사자 합의가 반영되어야 하며, 분쟁 가능성이 크거나 금액이 큰 경우 변호사 등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