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 퇴직금 3억, 국민연금 전 6년만 버티면 될까?

58세 부부가 퇴직금 3억원과 은퇴 생활비를 계산하는 모습

최종 수정일:

박성호 씨가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받은 것은 꽃다발과 작은 감사패였습니다.

30년 가까이 다닌 회사입니다.

송별회에서 후배들은 부럽다고 했습니다.

“선배님, 이제 월요일 아침부터 출근 안 하셔도 되겠네요.”

성호 씨도 웃었습니다.

“그러게. 평일에 골프장 가는 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퇴직은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은 어제처럼 빛나고 있었고,

퇴근하는 골목길도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6시 20분.

알람도 맞추지 않았는데 눈이 떠졌습니다.

30년 동안 몸이 기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 성호 씨는 문득 이상한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월급이 안 들어오는구나.

그제야 퇴직했다는 것이 조금 실감났습니다.


“그래도 우리 정도면 노후 걱정은 없지 않아?”

성호 씨는 올해 58세입니다.

퇴직금은 3억원 정도입니다.

부부가 그동안 모아둔 예금과 금융자산도 2억원가량 있습니다.

퇴직금을 합하면 5억원입니다.

서울에는 시가 20억원 정도 되는 아파트도 한 채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8천만원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을 빼더라도 자산은 2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며칠 뒤, 퇴직금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 미영 씨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3억이 들어오면 마음은 좀 든든하겠네요.”

성호 씨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정도면 노후 걱정할 형편은 아니지 않아?”

미영 씨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20억원.

금융자산 5억원.

숫자만 보면 걱정을 하는 쪽이 오히려 이상해 보였습니다.

성호 씨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미영 씨가 물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언제부터 나와요?”

“64세부터.”

“얼마 정도요?”

“전에 확인했을 때 한 220만원.”

“당신 지금 몇 살이죠?”

성호 씨가 웃었습니다.

“내 나이도 몰라? 쉰여덟.”

미영 씨가 식탁 위에 있던 계산기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습니다.

“그럼 6년이 비네요.”

성호 씨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퇴직금 있잖아.”

그날 부부의 첫 번째 은퇴 계산이 시작됐습니다.


처음 계산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성호 씨에게 국민연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나이는 64세입니다.

앞으로 약 6년.

부부의 생활비를 한 달 400만원으로 잡았습니다.

예전에는 교육비도 들어갔고 대출 원리금도 냈지만 아이들이 독립한 뒤에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 400만원이면 1년에 4,800만원.

6년이면 2억8,800만원입니다.

성호 씨가 계산기를 두드리고는 금세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봐. 퇴직금 3억이면 거의 딱 맞잖아.”

미영 씨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원래 있던 2억은요?”

“그건 남는 거지.”

말하고 보니 꽤 괜찮았습니다.

퇴직금으로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생활하고, 그동안 모아둔 2억원은 손대지 않아도 됩니다.

64세부터는 매달 220만원씩 국민연금도 들어옵니다.

성호 씨 머릿속에서는 벌써 다른 계산이 시작됐습니다.

자동차를 바꿔도 되겠다.

퇴직하고 몇 년은 여행도 좀 다니자.

민수가 결혼하면 아버지로서 어느 정도는 해줘야겠지.

평생 일했으니 이제는 너무 아끼면서 살 필요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성호 씨가 말했습니다.

“당신, 가을에 한 달 정도 유럽 갈까?”

미영 씨가 웃었습니다.

“퇴직한 지 며칠 됐다고 벌써 돈 쓸 생각부터 해요?”

“쓸 때 쓰려고 평생 번 거지.”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녁까지만 해도 부부의 노후는 별문제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미영 씨가 8천만원을 찾아냈습니다

아침을 먹다가 미영 씨가 물었습니다.

“여보, 우리 대출은 어떻게 할 거예요?”

성호 씨가 숟가락을 멈췄습니다.

아파트에 남아 있는 주택담보대출 8천만원.

회사에 다닐 때는 특별히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니 이자를 내면서 조금씩 갚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월급은 없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끝에 퇴직하면서 대출부터 없애는 쪽으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러면 숫자가 조금 달라집니다.

퇴직금 3억원과 기존 금융자산 2억원을 합하면 5억원.

대출 8천만원을 갚고 나면 4억2천만원입니다.

여기에서 6년 동안 생활비로 2억8,800만원을 사용합니다.

성호 씨가 64세가 됐을 때 통장에 남는 돈은 약 1억3,200만원.

성호 씨가 계산기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래도 괜찮네.”

“뭐가요?”

“연금 나올 때도 1억3천이나 남잖아.”

미영 씨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처음 2억원이 남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1억원이 넘습니다.

게다가 이제부터는 국민연금이 나옵니다.

성호 씨는 다시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면 됐네.”

미영 씨가 물었습니다.

“뭐가 끝났는데요?”

“이제 연금 나오잖아.”

미영 씨가 계산기를 성호 씨 앞으로 밀었습니다.

“우리 생활비가 얼마라고 했죠?”

“400.”

“당신 연금은요?”

“220.”

성호 씨가 잠시 미영 씨를 바라봤습니다.

“아…….”


국민연금이 나오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월생활비 400만원.

국민연금 220만원.

연금이 시작돼도 매달 180만원이 모자랍니다.

성호 씨에게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연금을 못 받는 6년만 어떻게든 건너가면 그다음부터는 노후생활이 안정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여기서는 성호 씨가 국민연금을 64세부터 정상수령하는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조기수령이나 연기수령을 선택하면 은퇴 초기의 현금흐름과 평생 연금액이 달라집니다. 구체적인 손익분기점은 국민연금 조기수령 vs 연기수령, 언제 받는 게 유리할까?|월 220만원 손익분기점 계산에서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결승선이 아니었습니다.

월 180만원이면 1년에 2,160만원입니다.

그 돈은 다시 남아 있는 금융자산에서 꺼내 써야 합니다.

성호 씨가 물었습니다.

“당신 연금은 언제부터 나오지?”

“나는 아직 멀었죠.”

미영 씨는 남편보다 두 살 어린 56세입니다.

성호 씨가 64세가 되어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 미영 씨는 62세입니다.

미영 씨가 자신의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려면 세 해를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 3년 동안 부족한 생활비가 얼마인지 다시 계산했습니다.

180만원 × 36개월.

6,480만원입니다.

64세에 남아 있던 1억3,200만원에서 빼면 약 6,720만원.

미영 씨가 숫자를 읽었습니다.

“육천칠백이십.”

성호 씨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당신 연금 나오기 시작하면 좋아지잖아.”

그건 맞았습니다.

미영 씨의 예상 국민연금은 월 60만원 정도입니다.

남편 220만원.

아내 60만원.

부부에게 매달 들어오는 국민연금은 280만원이 됩니다.

생활비 400만원과의 차이는 이제 120만원까지 줄어듭니다.

성호 씨가 안도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미영 씨는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계산기를 눌렀습니다.

월 120만원이면 1년에 1,440만원.

남은 금융자산 6,720만원을 그것으로 나누었습니다.

4년하고 조금 더.

성호 씨 나이로는 71세에서 72세 무렵입니다.

한동안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습니다.

성호 씨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이상하네.”

“뭐가요?”

“우리 집이 20억이잖아.”

“그렇죠.”

“그런데 내가 일흔두 살쯤 되면 생활비 걱정을 해야 된다고?”

미영 씨가 웃었습니다.

“그 집 벽돌 한 장 떼다가 마트에서 계산할 수는 없잖아요.”

성호 씨도 웃었습니다.

그런데 전날 자동차 이야기를 할 때와는 웃음이 조금 달랐습니다.


20억원짜리 집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습니다

거실 창밖으로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였습니다.

성호 씨 부부는 이 집에서 15년 넘게 살았습니다.

아이들도 이 집에서 대학에 갔습니다.

근처 병원도 익숙하고 친구들도 주변에 삽니다.

굳이 이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20억원짜리 집입니다.

노후자산이라고 생각하면 이것만큼 든든한 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은퇴를 하고 보니 이상했습니다.

재산은 많은데 생활비가 부족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매달 25일이면 월급이 들어왔습니다.

그 돈으로 관리비를 내고, 카드값을 내고, 여행을 가고, 보험료를 냈습니다.

통장이 줄어들면 다음 달 월급이 다시 채워줬습니다.

이제 그게 없습니다.

성호 씨에게 퇴직은 회사를 그만둔 사건이었지만, 통장의 입장에서 보면 더 단순했습니다.

매달 들어오던 가장 큰 돈줄 하나가 어느 날 완전히 끊긴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시작되면 새로운 돈줄이 생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예전 월급만큼 굵지는 않습니다.

그 차이를 그동안 모은 돈으로 계속 메워야 합니다.

성호 씨가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돈이 없는 건 아닌데…….”

미영 씨가 말을 받았습니다.

“쓸 수 있는 돈이 문제인 거죠.”


그런데 지금 계산은 너무 얌전했습니다

성호 씨가 한참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말했습니다.

“차는?”

“무슨 차요?”

“내 차. 이제 바꿀 때 됐잖아.”

10년 가까이 탄 자동차였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몇 번 바꾸려고 했지만 미뤘습니다.

퇴직하면 자신에게 주는 선물처럼 새 차를 사고 싶었습니다.

생각하고 있던 차는 5천만~6천만원 정도였습니다.

미영 씨도 알고 있었습니다.

“사지 말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런데 이 계산에는 차 값이 없네.”

없었습니다.

여행비도 없었습니다.

성호 씨가 평생 미뤘던 장거리 여행을 이제는 다녀보자고 했지만, 그 돈도 월 400만원 생활비에는 제대로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들 민수가 있습니다.

두 달 전쯤 민수가 식사를 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아빠, 나 결혼하면 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성호 씨는 그때 별 고민 없이 대답했습니다.

“네가 모은 돈하고 합쳐서 한번 알아봐. 부족하면 아빠가 좀 도와줄게.”

“얼마까지?”

“그건 그때 봐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5천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첫 집을 마련하는데 그 정도는 부모가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새 자동차 6천만원.

몇 년간 여행비 2천만원.

아들 결혼자금 5천만원.

세 개만 더해도 1억3천만원입니다.

미영 씨가 계산기 화면을 보다가 피식 웃었습니다.

“왜?”

“신기해서요.”

“뭐가?”

“우리가 64세에 남아 있을 거라고 계산한 돈이 얼마였죠?”

성호 씨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억3,200만원.

두 사람은 다시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차를 안 사고, 여행도 안 가고, 아들도 안 도와줄 것인가

여기서 성호 씨가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럼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돈 안 쓰고 살라는 거야?”

미영 씨가 바로 대답했습니다.

“내가 언제 그러라고 했어요?”

“계산하다 보니까 아무것도 하면 안 되는 사람 같잖아.”

그 말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성호 씨는 평생 일했습니다.

은퇴한 뒤에도 노후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여행을 포기하고, 자동차도 바꾸지 않고, 아이가 결혼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 좋은 은퇴설계일까요?

그것도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돈을 남기는 것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퇴직할 때 통장에 5억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쓸 돈을 미리 당겨 써버리는 것도 불안합니다.

미영 씨가 말했습니다.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순서를 보자는 거예요.”

“무슨 순서?”

“우리가 앞으로 쓸 돈이 얼마나 되는지 먼저 보고, 그다음에 뭘 할지 정하자고.”

성호 씨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자동차 계약도 하지 않았고, 여행 예약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들에게 지원할 금액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생활비 400만원을 300만원으로 줄이자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를 팔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들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문제는 생활비 400만원일까?

며칠 뒤 성호 씨가 먼저 계산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진짜 한 달에 400만원 써?”

미영 씨가 웃었습니다.

“이제 그걸 물어보네요.”

카드 명세서를 열었습니다.

관리비.

자동차 유지비.

보험료.

통신비.

외식비.

경조사비.

병원비.

여행비.

명절에 아이들에게 주는 돈.

매달 나가는 돈도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크게 나가는 돈도 있었습니다.

월평균 400만원이라는 숫자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성호 씨가 생각했던 것처럼 정확히 400만원씩만 쓰는 생활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달에는 320만원.

어떤 달에는 600만원.

자동차를 바꾸는 해에는 몇천만원.

큰 병원비가 생기는 해에는 또 달라집니다.

성호 씨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아까 계산한 것도 다 틀린 거네.”

미영 씨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틀렸다기보다 첫 번째 계산인 거죠.”

그 말이 성호 씨에게는 조금 위안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은퇴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대신 돈이 어디에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지 하나씩 알아가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직 집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성호 씨가 다시 거실을 둘러봤습니다.

20억원짜리 아파트.

은퇴 전에는 그 숫자가 곧 노후의 안전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안전판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당장 생활비를 내주는 안전판은 아닙니다.

성호 씨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결국 이 집 팔아야 하나?”

미영 씨가 바로 대답했습니다.

“왜 벌써 팔아요?”

“돈 모자란다며.”

“지금 당장 모자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아직 4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이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호 씨가 일을 조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생활비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자산을 어떻게 운용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집을 작은 곳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고, 집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현금흐름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엇이 더 나은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날 집을 어떻게 하겠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처음으로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처음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성호 씨가 퇴직했을 때 질문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퇴직금 3억원이면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 6년을 버틸 수 있을까?”

계산해 보니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계산을 조금 더 이어가자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국민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면 정말 괜찮아지는 걸까?”

조금 더 생각하자 또 다른 질문이 생겼습니다.

“집이 20억원인데 왜 현금이 부족해질까?”

자동차와 여행, 아들의 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질문은 또 달라졌습니다.

“노후를 위해 돈을 아끼는 것과,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적당할까?”

어느 것도 계산기 하나로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성호 씨는 계산이 빼곡한 종이를 반으로 접었습니다.

미영 씨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차는요?”

성호 씨가 잠깐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모르겠어.”

“유럽은?”

“그것도 가고 싶고.”

“민수는?”

성호 씨가 웃었습니다.

“걔는 좀 기다리라고 해.”

미영 씨도 웃었습니다.

그날 부부가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국민연금이 나오는 64세는 은퇴 준비의 결승선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뒤의 삶을 처음 계산해 봐야 하는 출발점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성호 씨 머릿속에는 자꾸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가 걸렸습니다.

20억원.

부부 재산의 대부분이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팔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평생 손대지 않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뒤 성호 씨가 아침을 먹다가 느닷없이 미영 씨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이 집에서 꼭 계속 살고 싶어?”

미영 씨가 젓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성호 씨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은퇴 계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 집을 계속 보유할지, 줄여서 현금을 만들지, 주택연금을 활용할지는 20억 아파트가 있는데 생활비가 부족합니다|집을 줄일까, 주택연금을 받을까?에서 이어서 계산해봤습니다.


※ 이 글의 인물과 상황은 은퇴 이후 실제로 마주칠 수 있는 재무적 선택을 살펴보기 위해 재구성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연금액과 자산·생활비 등의 숫자는 인물의 이야기 속 설정이며 실제 개인의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본문의 현금흐름 계산은 첫 번째 판단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투자수익률, 물가상승률, 세금, 건강보험료, 의료비 등은 아직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 변수들은 이후 이야기에서 하나씩 들어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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