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대출 대신 갚아주면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 계좌로 돈을 보내지 않고 은행에 직접 대출금을 상환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서연 씨는 34세 직장인입니다.
몇 년 전 결혼을 준비하면서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그동안 모은 돈과 전세보증금을 넣고 부족한 금액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대출금은 3억원이었습니다.
서연 씨는 월급을 받으면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자 대출잔액은 1억2천만원 정도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이자도 아까운데 남은 대출은 내가 갚아줄게.”
서연 씨는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습니다.
며칠 뒤 아버지는 자신의 계좌에서 은행으로 1억2천만원을 직접 송금해 딸의 주택담보대출을 전액 상환했습니다.
서연 씨의 계좌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출잔액은 0원이 됐습니다.
돈을 직접 받은 적이 없어도 증여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 뒤 서연 씨가 세무상담을 받다가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세무사가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대신 갚아주신 1억2천만원은 원칙적으로 증여로 봅니다.”
서연 씨가 한 번 되물었습니다.
“제 통장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요?”
그렇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6조는 제3자가 다른 사람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경우 그 변제로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경제적 결과는 간단합니다.
상환 전에는 서연 씨에게 1억2천만원의 빚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대신 갚은 뒤에는 그 빚이 사라졌습니다.
따라서 서연 씨의 순재산은 1억2천만원만큼 증가했습니다.
증여는 반드시 현금을 손에 받거나 본인의 통장으로 돈이 들어와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은 거래의 형식과 관계없이 직접·간접적으로 무상으로 재산이나 이익을 이전받거나 재산가치가 증가한 경우까지 증여의 범위에 포함합니다.
그런데 세무서는 대출을 갚은 사실을 어떻게 알까?
서연 씨가 이번에는 현실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출상환 사실을 세무서에서는 어떻게 알게 되나요?”
이 질문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국세청이 모든 국민의 은행계좌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면서 대출상환 때마다 자동으로 증여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국세청에는 납세자의 소득과 재산·소비 등을 연계해 분석하는 PCI 시스템이 있습니다. 국세청은 이를 재산·소비·소득 연계 분석 시스템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신고된 소득과 재산변동 등을 비교해 자금능력과 맞지 않는 부분을 분석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식입니다.
서연 씨의 연봉이 6천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몇 년 전 아파트를 살면서 3억원의 은행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갑자기 1억2천만원의 대출이 한꺼번에 상환됐습니다.
그동안의 신고소득과 재산상태를 봤을 때 본인의 돈으로 그 정도의 채무를 단기간에 상환하기 어려워 보인다면,
세무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이 대출은 무슨 돈으로 갚았을까?”
실제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에는 별도로 채무상환자금에 대한 증여추정 규정이 있습니다.
채무자의 직업·연령·소득·재산상태 등을 볼 때 자신의 힘으로 채무를 갚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그 상환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출받은 돈’보다 ‘대출을 갚은 돈’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집을 살 때 자금출처를 설명하면서
자기자금 5억원 + 은행대출 3억원
이라고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취득 당시에는 별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실제 3억원을 빌렸으니까요.
그런데 몇 년 뒤 그 3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갑자기 상환됐다면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집을 살 당시에는
“3억원은 은행에서 빌렸습니다.”
라고 설명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그 은행대출은 무슨 돈으로 갚았습니까?”
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금출처 문제는 반드시 부동산을 취득하는 날에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국세청도 소득 대비 고액자산 취득자의 재산·채무현황과 자력 취득 여부를 분석해 편법증여 여부를 검증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상징후가 있다고 곧바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PCI 분석에서 소득과 채무상환 규모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순간 바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석과 확인은 다른 단계입니다.
필요하면 납세자에게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연 씨에게는 다음과 같은 자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출상환 내역, 은행거래내역, 급여와 저축내역, 기존 보유자금, 다른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상속·증여받은 자금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세무조사 단계에서는 국세청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안내자료에도 세무조사 시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확인 단계에 들어가면 결국
아버지 계좌 → 은행 → 딸 명의 대출상환
이라는 자금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딸의 계좌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증여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무서에서 실제 자금출처 소명을 요구받았을 때 어떤 자료를 준비하는지는「부모에게 3억 빌려 집 샀는데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면?」에서 사례로 설명했습니다.
모든 대출상환이 자동으로 국세청에 포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대출 1억원을 갚는 순간 국세청 전산에 ‘증여 의심’ 경고등이 자동으로 켜진다고 이해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국세청은 다양한 과세자료와 신고내용을 분석하고, 소득이나 재산에 비해 설명하기 어려운 자금흐름이 있는 경우 선별적으로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PCI 시스템 자체도 재산·소비·소득을 연계해 납세자의 신고내용과 경제활동 사이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구축된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안 걸리면 되는가?”
가 아니라
“나중에 물어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를 설명할 수 있는가?”
입니다.
아버지가 1억2천만원을 대신 갚았다면 증여세는 얼마일까?
이번에는 실제 숫자로 계산해보겠습니다.
서연 씨가 성년이고, 지난 10년 동안 부모에게 받은 다른 증여가 전혀 없다고 가정합니다.
성년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때 적용되는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5천만원입니다.
따라서 단순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용 | 금액 |
|---|---|
| 아버지가 대신 상환한 대출 | 1억2천만원 |
|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 | -5천만원 |
| 과세표준 | 7천만원 |
증여세 과세표준 1억원 이하는 세율이 10%입니다.
따라서 산출세액은
7천만원 × 10% = 700만원
입니다.
법정 신고기한 내 정상적으로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받을 수 있으므로, 다른 변수가 없다는 전제에서는 약 679만원이 됩니다.
어머니에게 예전에 5천만원을 받았다면?
여기에서 서연 씨가 말했습니다.
“6년 전에 어머니가 전세자금으로 5천만원을 주신 적은 있어요.”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많은 사람이
아버지에게 5천만원 + 어머니에게 5천만원
을 각각 세금 없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년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을 때 적용하는 증여재산공제는 부모 각각 5천만원이 아니라 직계존속으로부터 10년간 합계 5천만원입니다.
또한 10년 이내 증여재산을 합산할 때 증여자가 직계존속이면 그 배우자도 동일인에 포함합니다. 즉 아버지와 어머니의 증여를 합산해 보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미 어머니에게 받은 5천만원으로 일반 증여재산공제를 사용했다면 이번에 아버지가 대신 갚아준 1억2천만원에서 다시 5천만원을 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 증여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빌린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여기서 서연 씨가 다른 방법을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은행대출을 대신 갚아주시고 제가 아버지에게 갚으면요?”
그렇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은행에 1억2천만원을 지급했지만 그 순간 딸에게 아버지에 대한 1억2천만원의 채무가 새로 생긴 것이라면 경제적으로는 채권자가 바뀐 것입니다.
전에는
은행에 1억2천만원 빚
이 있었고,
이후에는
아버지에게 1억2천만원 빚
이 있는 것입니다.
실제 대여라면 딸의 순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므로 단순 증여와는 다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실제 차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차용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부모에게 돈을 빌렸다면 차용증만 쓰면 될까?」에서 실제 상환과 이자 문제까지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차용증이 아니라 실제 상환입니다
가족 간 돈거래에서 흔한 실수는 차용증만 있으면 대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1억2천만원을 대신 갚은 뒤 차용증을 작성했지만,
원금상환도 없고,
이자지급도 없고,
상환기일도 지켜지지 않고,
딸의 소득으로 실제 갚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면,
종이 한 장만으로 정상적인 금전대차라고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차용조건을 정하고 실제로 아버지 계좌에 원금이나 이자를 꾸준히 상환하며 자녀에게 현실적인 상환능력이 있다면 사실관계가 달라집니다.
결국 가족 간 차용에서 중요한 것은
“차용증이 있습니까?”
보다
“실제로 빌린 사람처럼 행동했습니까?”
입니다.
“나중에 돈 생기면 갚아”가 가장 애매합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경우입니다.
아버지가 말합니다.
“은행이자 아까우니까 내가 먼저 갚아줄게. 나중에 형편되면 돌려줘.”
딸도 말합니다.
“알았어요.”
그런데 몇 년 동안 아무런 상환도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증여인지 대여인지 경계가 매우 흐려집니다.
처음부터 증여라면 증여로 처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제를 적용해 신고하는 편이 명확합니다.
대여라면 처음부터 금액·기간·상환방법 등을 정하고 실제로 그 약정에 따라 상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여도 아니고 대여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장기간 두는 것이 가장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원금이 아니라 이자만 부모가 내줘도 문제없을까?
부모가 원금은 건드리지 않고 매달 대출이자만 대신 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부모가 대신 지급한 금액만큼 자녀가 부담해야 할 채무가 줄어드는 경제적 이익이 생깁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6조는 제3자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고 있으므로 원금뿐 아니라 타인의 채무부담을 대신해주는 거래 역시 증여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결혼을 앞둔 자녀라면 혼인 증여재산공제도 확인해야 합니다
서연 씨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하나의 변수가 더 있습니다.
현행법에는 일반적인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와 별도로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가 있습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으면 일반공제와 별도로 최대 1억원까지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혼인과 출산 공제는 합해 평생 1억원 한도입니다.
따라서 결혼을 앞둔 성년 자녀라면 조건에 따라
일반 직계존속 공제 5천만원 + 혼인·출산 공제 최대 1억원
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즉 아버지가 대출을 대신 갚았다는 행위 자체가 증여가 아닌 것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납부할 증여세는 공제 적용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자녀라면 일반 증여재산공제 외에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 1억원 총정리」에서 적용기간과 공제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증여세 신고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제3자가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경우 법에서는 채무를 변제받은 날을 증여일로 봅니다.
일반적인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기한 내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받을 수 있고,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신고하면 공제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가산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8월 20일 딸의 대출금을 대신 갚았다면 일반적인 신고기한은 11월 30일이 됩니다.
증여세까지 부모가 대신 내주면?
서연 씨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증여세도 아버지가 내주시면 안 되나요?”
증여세의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증여를 받은 자, 즉 수증자입니다.
따라서 자녀가 부담해야 할 증여세를 부모가 추가로 대신 부담한다면 그 세금 상당액도 자녀가 받은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으므로 추가 증여 문제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증여계획을 세울 때는 증여금액만 정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누가 낼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모가 자녀 대출을 갚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이 사례를 정리하면 확인할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 증여인가, 실제 대여인가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증여입니다. - 최근 10년간 부모에게 받은 증여가 있는가
일반적인 성년 자녀의 직계존속 공제는 10년간 5천만원입니다. - 결혼이나 출산으로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는가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1억원 공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 대여라면 실제로 상환할 것인가
차용증보다 실제 원금·이자 지급과 상환능력이 중요합니다. - 나중에 자금출처를 설명할 수 있는가
대출상환은 취득 당시 자금출처와 별개로 다시 자금원천을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상증세법 자체도 채무상환자금의 증여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집을 살 때만 자금출처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서연 씨 사례에서 가장 기억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이것입니다.
많은 사람은 자금출처조사를
“집을 살 때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조사하는 것”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채를 이용해 집을 취득했다면 그다음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그 부채는 나중에 누구 돈으로 갚았는가?”
국세청은 소득·재산·소비 등을 연계한 PCI 분석을 활용하고 있고, 상증세법에도 채무상환자금에 대한 별도의 증여추정 규정이 있습니다. 필요하면 소명을 거쳐 세무조사 단계에서 금융거래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를 도와주려고 은행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경우에는
“자녀 계좌로 돈을 보내지 않았으니 괜찮다”
고 생각하기보다 먼저 거래의 성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주는 돈이라면 증여로 계획하고,
빌려주는 돈이라면 실제 대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돈의 흐름을 나중에도 설명할 수 있게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현재 시행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국세청 공개자료를 기준으로 구성한 가상사례입니다. 실제 증여세는 최근 10년간 증여내역, 혼인·출산 공제, 자금대여의 실제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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