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부동산의 감정평가는 꼭 필요한 것일까요?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안 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세 상담을 하러 온 김 과장이 서류를 내려놓으며 물었습니다.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집값이 낮아지잖아요. 그러면 세금도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맞는 말입니다.
적어도 상속세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정평가 이야기를 꺼내자 김 과장의 표정이 이상해졌습니다.
“잠깐만요. 감정평가를 받으면 집값이 더 높게 나오죠?”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상속세도 더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김 과장이 웃었습니다.
“그런데 왜 돈까지 들여 감정평가를 받습니까?
세금을 더 내려고요?”
충분히 나올 만한 질문입니다.
세금을 줄여 달라고 찾아왔는데 회계사가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높여 신고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속받은 부동산은 오늘의 상속세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공시가격 7억원, 실제 시세는 11억원
김 과장이 상속받은 것은 오래된 연립주택 한 채였습니다.
공시가격은 7억원.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실제로 팔면 대략 11억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건물에서는 최근 거래된 사례가 없었습니다.
비슷한 면적과 조건을 가진 주변 주택의 거래도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김 과장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그냥 7억원으로 신고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여기서 먼저 한 가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상속재산을 무조건 공시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사망일, 즉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합니다. 매매가액이나 감정가격 등 세법에서 인정하는 시가가 있다면 이를 먼저 검토하고,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공시가격 등 보충적 평가방법을 사용합니다.
즉,
공시가격은 무조건 적용하는 첫 번째 가격이 아니라,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울 때 등장하는 보충적인 평가방법입니다.
■ “그럼 감정평가를 받으면 11억원이 되는 겁니까?”
김 과장이 물었습니다.
“감정평가사에게 평가를 맡겨 11억원이 나오면 그게 무조건 상속가액이 되는 겁니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세법에서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받으려면 평가시기와 방법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상속재산의 경우 원칙적인 평가기간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입니다. 그 기간 안의 매매·감정·수용·경매·공매 등의 가액 중 법령의 요건을 충족하는 가액이 시가 판단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감정평가서를 한 장 받아놓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가액이 상속세법상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평가인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 그런데 왜 굳이 높은 가격으로 평가할까?
이제 김 과장의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공시가격 7억원.
적정한 감정가액 11억원.
왜 굳이 11억원으로 평가하려고 할까요?
제가 물었습니다.
“이 집을 계속 가지고 계실 생각입니까?”
“아이들이 쓸 집은 아니니까 한 5년이나 10년 후에는 팔겠죠.”
바로 그 부분입니다.
상속받은 부동산은 언젠가 팔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양도소득세를 계산하려면 취득가액이 필요합니다.
앞의 40번 글에서 살펴봤듯이 상속받은 부동산은 내가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속 당시 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이 향후 양도세 취득가액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상속 당시 평가금액이 지나치게 낮으면 지금의 상속세는 줄어들 수 있지만,
나중에 팔 때는 그만큼 양도차익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숫자를 넣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김 과장의 연립주택을 그대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상속 당시 실제 가치가 약 11억원이고,
공시가격은 7억원이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이 주택을 14억원에 팔았다고 해보겠습니다.
상속 당시 인정되는 취득가액이 11억원이라면 단순한 양도차익은
14억원 – 11억원 = 3억원
입니다.
그런데 취득가액이 7억원이라면,
14억원 – 7억원 = 7억원
이 됩니다.
같은 집을 같은 14억원에 팔았는데도 취득가액에 따라 계산의 출발점에서 4억원 차이가 발생합니다.
물론 실제 양도소득세는 필요경비, 장기보유특별공제, 주택 수, 1세대 1주택 비과세 여부 등 여러 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취득가액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만 보기 위해 단순화한 것입니다.
김 과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상속받을 때 집값을 낮추는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 상속세가 0원이라면 판단은 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아주 중요한 조건을 하나 더 넣어보겠습니다.
공제 등을 모두 적용한 결과,
부동산을 7억원으로 평가하든 11억원으로 평가하든 납부할 상속세가 0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공시가격 7억원으로 신고해도 상속세 0원.
적정한 시가 11억원으로 신고해도 상속세 0원.
그렇다면 적정한 요건을 갖춘 11억원의 평가액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양도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유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과장이 바로 알아들었습니다.
“아, 이제 알겠습니다. 어차피 상속세가 똑같이 0원이라면 굳이 집값을 낮게 잡을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상속세 0원이라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평가를 오히려 더 꼼꼼하게 살펴볼 이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속세가 나오지 않더라도 왜 신고와 평가가 중요한지는 상속세가 0원인데도 신고해야 할까?에서 빌라를 10년 뒤 양도하는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 그렇다면 모든 부동산을 감정평가해야 할까?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동산을 상속받으면 무조건 감정평가부터 받아야겠네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상속개시일 전후로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아파트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고 세법상 시가로 검토할 수 있는 적절한 매매사례가액이 충분히 있다면 굳이 별도의 감정평가가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실제로 국세청 홈택스의 상속세 전자신고 절차에서도 주택을 입력할 때 기준시가뿐 아니라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조회하는 절차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이니까 감정평가를 받는다.”
가 아닙니다.
먼저
“세법상 인정할 수 있는 적정한 시가가 이미 있는가?”
를 확인해야 합니다.
■ 감정평가를 특히 검토할 만한 부동산
반대로 감정평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부동산도 있습니다.
연립주택이나 빌라처럼 거래가 드문 경우,
단독주택,
토지,
꼬마빌딩이나 상가,
공장처럼 개별성이 강한 부동산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부동산은 똑같은 물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같은 동네 상가라도 도로에 붙어 있는 정도가 다르고,
건물 연식이 다르고,
임대료가 다르고,
토지 모양도 다릅니다.
따라서 아파트처럼
“옆집이 얼마에 거래됐으니 우리 집도 비슷하겠지.”
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공시가격이나 기준시가와 실제 거래가치 사이의 차이가 크다면 상속 당시 평가방법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감정평가 비용만 보면 비싸 보입니다
김 과장이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그래도 감정평가 비용이 들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감정평가를 할지 결정할 때는 감정평가 비용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평가로 얻는 세무상 실익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평가금액을 높이면 상속세가 수천만원 증가하는데 향후 양도계획도 없다면 굳이 감정평가가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적정한 시가로 평가해도 상속세가 여전히 0원이거나 증가하는 상속세가 크지 않은데 향후 양도소득세 취득가액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비교해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① 감정평가를 했을 때 증가하는 상속세
② 감정평가 비용
③ 향후 양도할 때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양도소득세
이 세 가지를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상속세를 적게 내는 방법”과 전체 세금을 관리하는 방법의 차이입니다.
■ 세무에서 가장 위험한 말, “가격은 낮을수록 좋다”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세무사님, 가능한 한 낮게 평가해 주세요.”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는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상속세에서는 낮은 가격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동산을 나중에 판다면 양도소득세에서는 높은 취득가액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숫자를 놓고
상속세와 양도소득세의 이해관계가 반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절세는 무조건 지금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아닙니다.
상속부터 향후 양도까지 전체 과정에서 세금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평가에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필요할 때 감정평가를 하면 안 됩니까?”
40번 글에서도 살펴봤지만 이것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
상속재산의 시가를 판단하는 데에는 법에서 정한 평가기간이 있습니다. 상속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의 거래·감정 등의 자료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평가기간 밖의 자료는 재산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이것 역시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국세청은 상속의 경우 일정 범위에서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 또는 상속세 신고기한 후 9개월까지의 자료에 대해 심의제도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0년 뒤 팔 때 필요하면 그때 생각하지.”
라는 접근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평가자료는 필요할 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 수 있을 때 만들어 두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 다시 김 과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상담을 마치면서 김 과장이 물었습니다.
“그러면 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먼저 상속세부터 계산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경우를 같이 계산해 보죠.”
공시가격 등 보충적 평가액을 적용했을 경우.
그리고
적정한 시가를 확보했을 경우.
두 경우의 상속세가 각각 얼마인지 계산합니다.
그다음 앞으로 이 부동산을 계속 보유할지, 매도할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살펴봅니다.
그렇게 해야 감정평가의 실익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김 과장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세금은 하나씩 계산하는 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상속세만 계산하면 상속세 신고는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세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오늘의 핵심 정리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하고,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법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합니다.
따라서 상속받은 부동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처럼 적정한 매매사례가액을 확인하기 쉬운 재산도 있습니다.
반대로 빌라, 연립주택, 단독주택, 토지, 상가처럼 거래가 드물고 개별성이 큰 부동산은 감정평가의 실익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적정한 시가로 평가해도 상속세가 0원인 경우라면 향후 양도소득세 취득가액까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감정평가액을 높이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평가액이 높아지면서 증가하는 상속세와 감정평가 비용, 향후 예상되는 양도소득세 효과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동산을 상속받았을 때는 이렇게 질문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속세를 가장 적게 낼까?”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부동산을 언제까지 보유하고, 언젠가 팔 때까지 전체 세금은 어떻게 달라질까?”
를 물어야 합니다.
세금은 오늘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재산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언제나 절세는 아닙니다.
오늘 낮춘 취득가액이 몇 년 뒤 더 큰 양도차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현재 세법을 기준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단순화한 것입니다. 실제 감정가액의 시가 인정 여부, 필요한 감정평가 방법 및 상속·양도세 효과는 재산의 종류와 평가시기, 매매사례 존재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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