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님, 계산해 보니까 상속세가 하나도 안 나오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와 두 자녀가 상담을 왔습니다.
상속재산은 서울에 있는 빌라 한 채와 예금이 전부였습니다. 각종 상속공제를 적용해 보니 납부할 상속세는 0원이었습니다.
아들이 반색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신고 안 해도 되는 거죠? 낼 세금도 없는데 굳이 돈 들여 신고할 이유가 있나요?”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습니다.
세금이 0원인데 세금 신고를 한다?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빌라의 등기부와 시세를 한번 더 살펴보고 물었습니다.
“이 집은 앞으로 계속 가지고 계실 겁니까?”
“글쎄요. 당장은 팔 생각이 없습니다. 한 10년쯤 있다가 팔 수도 있겠죠.”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상속세가 0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고 여부를 결정하시면 안 됩니다.”
아들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세금이 없는데도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상속세가 0원이지만, 10년 뒤에는 양도소득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10년 뒤, 다시 만난 상속인
시간을 10년 앞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빌라를 이제 팔기로 했습니다.
매매가격은 7억원입니다.
아들이 다시 찾아와 말합니다.
“세무사님, 이 빌라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한 5억원 정도 했거든요. 지금 7억원에 파니까 2억원 오른 거네요.”
상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5억원짜리 부동산을 7억원에 팔았다면 가격 상승분은 2억원입니다.
그런데 양도소득세를 계산하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10년 전 같은 빌라에서 거래된 매매사례가 없습니다.
주변에 비슷한 빌라 거래도 거의 없습니다.
당시 받아놓은 감정평가서도 없습니다.
상속세 신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묻습니다.
“그래도 그때 이 집이 5억원쯤 했다는 건 다 아는데요?”
여기서 세법과 일상생활의 차이가 생깁니다.
‘그때 5억원쯤 했다’는 기억과
‘세법상 5억원의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 상속받은 부동산은 얼마에 산 것으로 볼까?
내가 아파트를 5억원에 샀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5억원이라고 적혀 있으니 취득가액도 5억원입니다.
하지만 상속은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법은 상속받은 자산을 나중에 양도할 때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을 취득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으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도 이런 구조를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 이 부동산의 세법상 가액이 얼마였느냐가 나중에 나의 취득가액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합니다.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사용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상속 당시의 평가가 중요합니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실제로 양도할 때는 상속 당시 평가액이 어떻게 양도소득세의 취득가액으로 연결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상속받은 부동산을 팔 때 취득가액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별도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 아파트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잠실의 대단지 아파트라고 해보겠습니다.
10년 전에도 같은 단지에서 수십 건의 거래가 있었습니다.
같은 평형, 비슷한 층의 실제 거래가격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 거래가격이나 가져와서 상속가액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세법에서 정한 평가기간과 비교 가능성 등 여러 요건을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시 시세를 확인할 자료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합니다.
그래서 아파트는 10년이 지난 뒤에도 당시 가격을 추적해 볼 여지가 비교적 많습니다.
다만 아파트라고 해서 아무 매매사례나 상속재산의 시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거래가 매매사례가액으로 인정되는지, 감정평가는 언제 필요한지 궁금하시다면 상속받은 아파트의 매매사례가액과 감정가액 판단 방법을 함께 보시면 이해가 훨씬 쉽습니다.
■ 그런데 빌라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연립주택이나 빌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몇 년 동안 단 한 채도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처 빌라가 거래됐다고 해도 면적이 다르고, 층이 다르고, 신축연도가 다르고, 도로조건도 다릅니다.
“옆 동네 빌라가 5억원에 팔렸으니 우리 집도 5억원입니다.”
세법에서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10년이 지나면 더 어려워집니다.
당시 중개업소도 없어졌습니다.
옛날 매물자료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비슷한 부동산의 매매사례도 찾기 어렵습니다.
감정평가도 받아놓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상속 당시의 적정한 시가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국세청의 기존 유권해석 역시 상속받은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상속세 신고 여부 자체와 관계없이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신고를 안 했으니 무조건 공시가격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지나 시가를 뒷받침할 자료를 찾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훨씬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 5억원짜리 빌라가 2억5천만원짜리가 되는 순간
다시 처음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이 알고 있던 빌라의 실제 시세는 약 5억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공시가격은 2억5천만원이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0년 뒤 이 빌라를 7억원에 팔았습니다.
상속 당시 5억원이라는 가액이 적정한 시가로 인정된다면 단순 계산은 이렇습니다.
7억원 – 5억원 = 양도차익 2억원
그런데 10년이 지난 뒤 당시 5억원이라는 가격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낮은 보충적 평가액을 기준으로 취득가액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취득가액이 2억5천만원이라면,
7억원 – 2억5천만원 = 양도차익 4억5천만원
이 됩니다.
아들이 놀라서 묻습니다.
“잠깐만요. 실제로는 2억원 오른 건데 왜 4억5천만원 번 것으로 계산됩니까?”
이것이 바로 취득가액의 문제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올랐느냐 못지않게,
세법상 내가 얼마에 취득한 것으로 인정받느냐가 중요합니다.
물론 실제 양도소득세는 필요경비, 장기보유특별공제, 1세대 1주택 비과세 여부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적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위 사례는 세액을 계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취득가액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기 위해 단순화한 사례입니다.
■ “그럼 10년 뒤에 감정평가를 받으면 되잖아요?”
아들이 다시 묻습니다.
“그때 가서 감정평가사한테 10년 전 가격을 평가해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과거 시점의 가치를 평가하는 소급감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10년 뒤 작성한 감정평가서에 5억원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그 금액이 자동으로 세법상 취득가액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세법상 시가로 인정되는 매매·감정가액은 평가기간과 요건이 있고, 일정한 경우 평가기간 밖의 거래가액 등에 대해서도 재산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제도가 있습니다.
과거 가격을 사후적으로 입증하는 문제는 사실관계에 따라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법원 판단에서 소급감정가액이 받아들여진 사례도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후 감정가액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10년 뒤 세무서와 다투면서 10년 전 가격을 입증하는 것보다, 상속받을 때부터 제대로 된 평가자료를 갖춰놓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 그러면 상속세 0원이면 무조건 신고해야 할까?
여기까지 읽으면 반대의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상속세가 0원이어도 무조건 상속세 신고를 해야겠네요?”
그것도 아닙니다.
예금 3억원만 상속받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금은 얼마인지 명확합니다.
10년 뒤 취득가액을 놓고 다툴 일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경우와 거래가 거의 없는 빌라나 상가를 상속받은 경우를 똑같이 볼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실무에서 중요하게 보는 질문은
“상속세가 나오느냐?”
하나가 아닙니다.
다음 질문을 같이 봐야 합니다.
“이 재산을 나중에 팔 가능성이 있는가?”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봅니다.
“그때 가서도 오늘의 시가를 쉽게 입증할 수 있는 재산인가?”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한 부동산이라면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빌라, 연립주택, 단독주택, 토지, 상가처럼 매매사례가 드문 재산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결국 상속세가 나오느냐만 보고 신고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신고기한 안에 어떤 재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공제를 검토해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신고 절차와 확인할 사항은 상속세 신고기한과 신고할 때 꼭 확인해야 할 내용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 더 중요한 것은 ‘신고’보다 ‘어떤 가격으로 신고했느냐’입니다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상속세 신고서에
“우리 빌라는 5억원입니다.”
라고 적었다고 해서 5억원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가격을 세법상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적정한 매매사례가액이 있는지,
감정가액을 활용할 수 있는지,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핵심은 단순히
신고했다 / 신고하지 않았다
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상속 당시의 적정한 시가를 어떤 근거로 확보해 두었느냐
입니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아들이 물었습니다.
“상속세가 0원인데 신고를 꼭 해야 합니까?”
이제는 답을 조금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상속세가 0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상속재산에 부동산이 있다면 지금의 상속세만 계산해서는 부족합니다.
10년 뒤 그 부동산을 팔 때 취득가액으로 얼마가 인정될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아파트처럼 거래가 많은 부동산은 그나마 과거의 매매사례를 찾기가 수월합니다.
하지만 거래가 드문 연립주택이나 빌라 같은 경우에는 10년이 지나 당시 시가를 제대로 입증할 자료가 사라지고 나면, 실제 당시 시세보다 훨씬 낮은 보충적 평가액을 두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세가 0원인 경우에도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다면 저는 한 번 더 계산해 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오늘 아낄 상속세는 0원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10년 뒤 더 내게 될 양도소득세는 0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오늘의 핵심 정리
상속세가 0원이라고 해서 상속세 신고가 언제나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나중에 팔 때에는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이 취득가액의 기준이 됩니다.
특히 거래가 드문 빌라·연립주택·단독주택·상가·토지는 시간이 오래 지난 뒤 상속 당시의 시가를 다시 입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재산을 상속받았다면 상속세가 0원이더라도 신고 여부와 함께 상속 당시 시가를 어떤 방법으로 확보해 둘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상속세 신고는 오늘의 세금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 정해 놓은 상속재산의 가격이 10년 뒤 양도소득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현재 세법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단순화한 것입니다. 실제 상속재산의 시가 인정 여부와 양도소득세 취득가액은 매매사례, 감정평가 시기와 방법, 과세관청의 결정·경정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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