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IRP 수령이 일시금보다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퇴직금 3억원을 받는 58세 박 부장의 사례를 통해 퇴직소득세뿐 아니라 대출상환, 국민연금 수령 전 생활비, 건강보험료와 은퇴 후 소득까지 함께 계산해 보겠습니다.
박 부장은 서류봉투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봉투 앞면에는 ‘퇴직급여 예상내역서’라고 적혀 있었다.
아내가 안경을 쓰고 서류를 들여다봤다.
“그래서 얼마래요?”
“3억원 조금 넘는대.”
아내의 얼굴이 잠시 밝아졌다.
“생각보다 많네. 그럼 대출 1억원 갚고, 차도 바꾸고, 당신 고생했으니 여행도 한번 제대로 다녀와요. 민수 결혼할 때 5천만원 정도 보태주면 되겠네.”
박 부장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30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 새벽에 출근한 날도 많았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버텼다. 퇴직금은 그런 세월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회사 인사팀에서는 개인형퇴직연금, 즉 IRP 계좌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은행 직원은 퇴직금을 IRP로 받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돈인데 왜 마음대로 못 쓰게 한다는 거야?”
퇴직금을 통장으로 한꺼번에 받을 것인가, IRP에 넣어 연금으로 받을 것인가.
박 부장은 그것이 세금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산을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박 부장에게는 퇴직금을 어디에 넣을지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퇴직금 3억원이 국민연금을 받기 전에도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퇴직금 3억원인데 왜 돈이 부족하다는 걸까?
박 부장은 2026년 현재 만 58세다. 1967년생으로 가정하면 국민연금 정상 지급개시연령은 만 64세다.
기존에 확인한 예상 국민연금은 월 180만원이다.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약 6년이 남아 있었다.
박 부부의 재산과 지출을 정리해 봤다.
| 구분 | 금액 |
|---|---|
| 예상 퇴직금 | 3억원 |
| 기존 예금·주식 | 8천만원 |
| 아파트 시가 | 약 15억원 |
| 주택담보대출 | 1억원 |
| 대출금리 | 연 4.5% |
| 현재 월 생활비 | 약 400만원 |
| 국민연금 예상액 | 만 64세부터 월 180만원 |
| 아내의 정기소득 | 없음 |
박 부장은 자신을 자산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후가 크게 불안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15억원짜리 아파트가 있었고 퇴직금도 3억원이었다.
하지만 집은 당장 생활비로 사용할 수 없었다.
현금흐름만 놓고 계산해 봤다.
월 400만원 × 12개월 × 6년
= 2억8,800만원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들어간다.
1억원 × 연 4.5% × 6년
= 약 2,700만원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필요한 생활비와 이자를 단순 합산하면 약 3억1,500만원이다.
퇴직금 3억원이 거의 전부 사라진다.
기존 예금과 주식 8천만원이 남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출원금 1억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자동차 교체, 해외여행, 자녀 결혼자금은 아직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만 64세 이후였다.
국민연금 180만원이 들어와도 현재 생활비 400만원에는 매달 220만원이 부족하다.
박 부장이 90세까지 산다면 그 부족액은 단순 계산으로 6억원이 넘는다. 물가상승과 의료비는 제외한 숫자다.
박 부장은 계산기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러면 퇴직금 3억원이 많은 돈이 아닌 겁니까?”
퇴직하는 날의 3억원은 큰돈이다.
하지만 월급 없이 30년을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30년치 생활비의 일부다.
자동차와 여행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평생 일했는데 차 한 대도 못 바꾸고 여행도 못 간다는 말이에요?”
그런 뜻은 아니었다.
은퇴계획의 목적은 남은 인생 동안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돈이 떨어질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리 계산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나 여행 자체가 아니라 지출의 순서였다.
박 부부는 퇴직금이 들어오면 다음과 같이 사용할 생각이었다.
- 주택담보대출 상환: 1억원
- 자동차 교체: 6천만원
- 해외여행: 2천만원
- 자녀 결혼자금: 5천만원
합계 2억3천만원이다.
퇴직금 3억원 중 7천만원만 남는다. 퇴직소득세를 차감하면 실제 남는 돈은 더 적다.
그 상태에서 월 400만원씩 쓰면 1년 반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다.
박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즐거움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순서를 다시 정하는 일이었다.
자동차는 2년 뒤 다시 검토하고, 여행비는 2천만원을 한꺼번에 책정하지 않고 매년 생활비에 포함하기로 했다. 자녀 결혼자금도 결혼 일정과 부부의 노후계획이 확정된 뒤 결정해야 했다.
자녀에게 5천만원을 주고 몇 년 뒤 부모가 생활비가 부족해 다시 자녀의 도움을 받는다면 좋은 지원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퇴직소득세부터 정확히 계산해 봤습니다
박 부장은 퇴직금 3억원을 한꺼번에 받으면 세금이 수천만원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퇴직소득세는 일반 근로소득처럼 3억원 전체에 높은 세율을 곱하지 않는다.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공제를 적용하고 근속기간을 반영하기 때문에 장기근속자의 실효세율은 비교적 낮을 수 있다.
박 부장이 30년 근무했고 중간정산은 없었다고 단순 가정하면 계산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퇴직급여
3억원
근속연수공제
약 7천만원
환산급여
(3억원-7천만원) ÷ 30년 × 12
= 약 9,200만원
환산급여공제
약 5,730만원
퇴직소득 과세표준
9,200만원-5,730만원
= 약 3,470만원
이후 기본세율과 근속기간을 적용하면 퇴직소득세는 약 986만원,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약 1,085만원 정도로 계산된다.
실제 세액은 입사일과 퇴직일, 중간정산 이력, 비과세소득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회사에서 작성한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으로 확인해야 한다.
박 부장이 놀란 것은 세금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IRP 연금수령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세금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IRP로 받으면 30% 절세”의 진짜 의미
퇴직금 3억원을 IRP로 받아 법정 한도 안에서 연금으로 수령하면, 최초 10년 동안에는 일반적으로 원래 퇴직소득세의 70% 수준이 적용된다.
원래 세금의 30%를 줄이는 셈이다.
그러나 퇴직금 3억원의 30%인 9천만원을 절세한다는 뜻이 아니다.
원래 부담할 퇴직소득세의 30%를 줄인다는 뜻이다.
박 부장의 퇴직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약 1,085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최초 구간의 전체 절세 가능액은 단순 계산으로 약 325만원이다.
일시금 수령 시 총세금: 약 1,085만원
연금 수령 시 총세금: 약 760만원
장기간에 걸친 예상 절세액: 약 325만원
325만원은 무시할 돈이 아니다.
하지만 325만원만 보고 3억원의 사용계획을 결정해서도 안 된다.
박 부장에게 더 큰 금액은 다음과 같았다.
- 월 생활비를 50만원 줄이면 6년간 3,600만원 절감
- 퇴직 후 월 200만원의 소득을 만들면 6년간 1억4,400만원 확보
- 자동차 교체를 미루면 6천만원 보전
- 대출금 5천만원을 상환하면 매년 이자 약 225만원 절감
퇴직 직전에는 세금 325만원보다 이런 결정이 훨씬 중요했다.
대출 5천만원을 갚으면서 퇴직금 3억원을 IRP에 넣을 수 있을까?
박 부장이 다시 물었다.
“대출을 5천만원 갚으라고 하면서 퇴직금 3억원은 전부 IRP에 넣으라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여기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돈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박 부장이 퇴직 전부터 보유한 예금과 주식 8천만원이다.
두 번째는 퇴직하면서 새로 받는 퇴직금 3억원이다.
대출을 갚는 돈은 퇴직금이 아니다.
박 부장이 이미 보유한 금융자산 8천만원 가운데 5천만원을 현금화해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다.
| 자금 출처 | 사용처 |
| 기존 예금·주식 8천만원 | 대출상환 5천만원 |
| 기존 금융자산 잔액 | 비상자금 3천만원 |
| 별도의 퇴직금 3억원 | 전액 IRP 입금 |
따라서 다음 두 가지는 동시에 가능하다.
기존 금융자산에서 대출 5천만원 상환
- 퇴직금 3억원 전액 IRP 입금
박 부장은 처음에 퇴직금에서 5천만원을 빼서 대출을 갚고 나머지 2억5천만원만 IRP에 넣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 사례의 해결안은 그렇지 않다.
퇴직금 3억원은 건드리지 않고 IRP에 넣어 향후 월급처럼 나누어 받는다. 대출상환은 기존 금융자산에서 별도로 처리한다.
다만 예금과 주식을 무조건 5천만원어치 팔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식에 평가손실이 크거나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면 상환액을 3천만원 정도로 줄이고 비상자금을 더 남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대출상환액보다 먼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남기는 것이다.
기존 금융자산이 없다면 구조가 달라집니다
모든 퇴직자에게 별도의 금융자산 8천만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박 부장에게 기존 예금과 주식이 없고, 퇴직금 3억원에서 대출 5천만원을 갚아야 한다면 퇴직금 3억원 전액을 IRP에 넣는 구조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때는 다음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박 부장은 만 58세이므로 55세 이후 퇴직자다. 따라서 퇴직금을 반드시 전액 IRP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계좌로 일시금 수령할 수도 있다.
퇴직금을 일단 일반계좌로 받은 뒤 일정 기간 안에 일부만 IRP로 옮기는 방법도 있다. IRP에 옮긴 비율에 해당하는 퇴직소득세는 환급되어 과세가 이연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대출상환에 필요한 금액: 약 5천만원
- IRP로 옮길 금액: 약 2억5천만원
- 현금으로 남긴 부분: 퇴직소득세 즉시 부담
- IRP 이체분: 퇴직소득세 과세이연
다만 실제로 대출원금 5천만원을 모두 갚으려면 퇴직소득세까지 고려해 일반계좌에 남겨야 할 금액을 조금 더 크게 잡아야 한다.
이 경우에는 퇴직금 지급 전에 회사와 금융회사에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 일반계좌 수령이 가능한지
- 일부 금액만 IRP로 이전하는 절차
- IRP 이전기한
- 이전비율에 따른 퇴직소득세 환급액
- 대출상환 후 실제 손에 남는 금액
처음부터 대출상환이 예정되어 있다면 퇴직금 전액을 IRP에 넣었다가 다시 5천만원을 꺼내는 방식보다 필요한 현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IRP로 이전하는 편이 절차상 명확할 수 있다.
IRP에 넣어도 필요한 생활비를 받을 수 있을까?
박 부장은 또 하나를 오해하고 있었다.
“IRP에 넣으면 10년 동안 꼼짝없이 묶이는 것 아닙니까?”
박 부장은 만 55세가 지났으므로 IRP에서 연금 수령을 시작할 수 있다. 퇴직금이 들어 있는 IRP는 일반적인 5년 가입기간 요건도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세제 혜택을 받으며 인출할 수 있는 연간 한도가 있다.
연금수령연차를 가장 보수적으로 1년 차로 보고 IRP 평가액이 3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금수령한도는 다음과 같다.
3억원 ÷ (11-1) × 120%
= 3,600만원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300만원이다.
박 부장이 계획한 연간 IRP 인출액은 1,740만원이므로 이보다 적다.
실제 연금수령연차와 한도는 기존 IRP 가입시기와 연금수령 가능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금융회사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한도를 넘어 돈을 꺼낼 수도 있지만 초과분은 연금 외 수령으로 처리되어 퇴직소득세 감면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IRP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아무 금액이나 꺼내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박 부장의 진짜 문제는 소득이 0원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박 부장에게 물었다.
“퇴직 후에는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박 부장이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퇴직 후에는 일을 완전히 그만둘 생각이었다. 30년이나 일했으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는 선택에도 가격이 있었다.
월 200만원의 소득이 6년간 생긴다면 총액은 1억4,400만원이다.
박 부장이 IRP 연금수령으로 줄일 수 있는 세금 약 325만원의 44배가 넘는다.
물론 58세에 다시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는 쉽지 않다. 월급 600만원을 다시 벌겠다는 계획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 부장은 거래처 관리와 원가관리 업무를 오래 했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문이나 주 2~3일 계약직으로 월 200만원 정도의 세후소득을 만드는 것은 검토해 볼 수 있었다.
박 부장이 퇴직 후 완전히 쉬고 싶다면 생활비를 훨씬 더 줄이거나, 국민연금을 일찍 받거나, 아파트를 이용해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했다.
결국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 일정한 소득을 계속 만든다.
- 생활비를 월 400만원에서 250만~300만원 수준으로 줄인다.
- 주택을 줄이거나 향후 주택연금을 이용한다.
세 가지를 모두 거부하면서 퇴직금만 잘 운용해 해결하는 방법은 없었다.
투자수익률이 부족한 현금흐름을 마술처럼 해결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조기노령연금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박 부장은 1967년생이므로 정상 노령연금은 만 64세부터 받을 수 있다. 소득요건 등을 충족하면 만 59세부터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정상 연금이 월 18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5년 일찍 받으면 1년에 6%씩, 총 30%가 감액될 수 있다.
정상 노령연금: 월 180만원
5년 조기수령: 월 약 126만원
박 부장은 59세부터 64세까지 5년 동안 약 7,560만원을 먼저 받을 수 있다.
대신 64세 이후에는 매달 약 54만원을 덜 받는다. 물가와 시간가치를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면 75세 후반 전후부터 정상수령의 누적액이 조기수령 누적액을 앞서기 시작한다.
따라서 건강이 좋고 다른 생활비가 마련되어 있다면 조기노령연금을 서둘러 신청할 이유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재취업이 어렵고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건강상 기대수명이 짧다고 판단한다면 조기수령이 현실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박 부장의 경우에는 조기연금을 첫 번째 선택으로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1~2년 정도 재취업이나 자문을 시도해 보고 실제 소득이 계획보다 적을 때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도 생활비에 넣어야 했습니다
박 부장의 월 생활비 400만원에는 퇴직 후 건강보험료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면 직장가입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다. 박 부장에게는 15억원 상당의 아파트가 있으므로 지역보험료가 생각보다 클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퇴직 전 직장보험료를 기준으로 최대 36개월 동안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이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지역보험료와 실제로 비교해야 한다.
신청기한도 있다. 최초 지역보험료 고지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박 부장은 퇴직 후 처리할 일이 아니라 퇴직 전에 확인할 일로 기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예상 지역보험료 문의
→ 임의계속가입 보험료와 비교
→ 유리한 쪽 선택
→ 신청기한 달력에 표시
은퇴계획에서 건강보험료를 빠뜨리면 월 생활비 계산이 처음부터 틀어질 수 있다.
박 부장을 위한 실제 실행안
여러 계산 끝에 박 부장에게 다음과 같은 계획을 제시했다.
수익률은 일부러 반영하지 않았다. 투자수익이 없어도 기본생활이 가능한지를 먼저 보기 위해서다.
1. 생활비를 월 40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조정합니다
무조건 아끼는 방식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박 부부는 지출을 다음처럼 나눴다.
- 기본생활비
- 건강보험료와 보험료
- 자동차 유지비
- 의료비
- 연간 여행비
여행을 없애는 대신 1년에 사용할 여행비 한도를 정해 월 생활비에 포함했다.
생활비를 월 80만원 줄이면 6년간 5,76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2. 자동차 교체와 자녀 결혼자금은 보류합니다
자동차는 현재 차량을 2년 더 운행한다.
자녀 결혼자금은 결혼 일정이 확정되고 박 부부의 만 64세 이후 현금흐름이 마련된 뒤 결정한다.
지금 5천만원을 주는 것보다 나중에도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도움일 수 있다.
3. 기존 금융자산 8천만원에서 대출 5천만원을 갚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대출상환에 사용하는 돈은 퇴직금이 아니라 박 부장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예금과 주식이다.
- 기존 금융자산: 8천만원
- 대출상환: 5천만원
- 남는 비상자금: 3천만원
대출잔액은 1억원에서 5천만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이자는 약 225만원, 월평균 약 19만원으로 감소한다. 대출금리 재협상이나 대환 가능성도 함께 확인한다.
4. 퇴직금 3억원은 별도로 전액 IRP에 넣습니다
기존 금융자산과 별도로 퇴직금 3억원은 IRP 계좌에 입금한다.
IRP에서 월 145만원, 연간 1,740만원을 인출한다.
박 부장의 단순 퇴직소득세율을 기준으로 하면 세후 수령액은 월 141만원 안팎이 될 수 있다. 정확한 금액은 금융회사의 연금지급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해야 한다.
IRP 안에서도 1~2년 안에 사용할 생활비는 원금 변동이 작은 상품으로 관리하고 장기간 남겨둘 자금과 구분한다. 가까운 시기에 쓸 생활비를 주식형 상품에 과도하게 투자해서는 안 된다.
5. 만 64세까지 세후 월 200만원의 소득을 목표로 합니다
퇴직 직후 3~6개월은 쉰다.
이후 주 2~3일 재취업, 거래처 자문, 중소기업 관리업무 등을 통해 월 200만원 정도의 세후소득을 목표로 한다.
그러면 월 현금흐름은 다음과 같다.
| 구분 | 월 금액 |
| 퇴직 후 자문·근로소득 | 약 200만원 |
| IRP 세후수령액 | 약 141만원 |
| 합계 | 약 341만원 |
| 조정된 생활비 | 약 320만원 |
| 남은 대출이자 | 약 19만원 |
| 월 잔액 | 약 2만원 |
큰 여유는 없지만 기본생활은 유지된다.
이 계획이라면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까지 IRP에서 약 1억400만원을 인출한다. 투자수익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도 만 64세 무렵 IRP에는 약 1억9,600만원이 남는다.
6.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만 64세에 받습니다
만 64세가 되면 월 180만원의 국민연금이 시작된다.
자문소득 200만원을 국민연금 180만원이 대체한다. 부족한 부분은 IRP 수령액으로 보완한다.
이때 남은 대출 5천만원을 갚을지 다시 판단한다. 당시의 대출금리, IRP 잔액, 연금수령한도, 비상자금을 다시 비교해야 한다.
대출을 모두 갚으면 월 19만원의 이자가 사라진다.
7. 만 70세 전후에는 아파트 활용계획을 결정합니다
박 부부는 1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현금은 부족하지만 주택자산은 크다.
만 70세 전후에는 세 가지를 비교하기로 했다.
- 현재 집을 유지하면서 주택연금 이용
- 더 작은 집으로 옮겨 차액을 생활자금으로 확보
- 주택을 활용해 다른 현금흐름 마련
퇴직금과 국민연금만으로 90세까지 버티려 하지 않고 주택자산을 노후 후반부의 재원으로 미리 계획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월 200만원을 벌지 못한다면?
좋은 은퇴계획에는 실패했을 때의 대안도 있어야 한다.
박 부장이 1년 동안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월 200만원의 소득을 만들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는 다음 순서로 계획을 수정한다.
- 생활비를 월 320만원에서 280만원 수준으로 다시 조정
- IRP 연금수령액을 연간 한도 안에서 증액
- 조기노령연금 신청 여부 검토
- 자동차 교체와 자녀 지원 계속 보류
- 주택 축소나 주택연금 검토 시기를 앞당김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은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려고 고수익 투자에 퇴직금 대부분을 넣는 것이다.
박 부장에게 필요한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면 투자상품을 바꿀 것이 아니라 생활비·근로소득·주택계획을 바꿔야 한다.
박 부장의 결론
박 부장은 처음에 질문을 하나만 들고 왔다.
“퇴직금 3억원을 일시금으로 받을까요, IRP로 받을까요?”
계산을 마친 뒤 질문은 다섯 개로 바뀌었다.
- 퇴직 후 매달 얼마가 필요한가?
-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까지 무엇으로 생활할 것인가?
- 일을 완전히 그만둘 것인가?
- 기존 금융자산에서 대출을 얼마나 갚고 얼마를 남길 것인가?
- 70세 이후 아파트를 어떻게 생활비로 바꿀 것인가?
IRP는 이 계획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박 부장은 자동차 계약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 퇴직 후 석 달은 쉬되 그동안 할 수 있는 자문 업무를 찾아보기로 했다.
대출은 퇴직금이 아니라 기존 금융자산에서 절반만 갚고, 3천만원은 부부의 비상자금으로 남기기로 했다.
퇴직금 3억원은 별도로 전액 IRP에 넣어 월급처럼 나누어 받되, 국민연금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부 소진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아내는 마지막까지 조금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래도 여행은 가는 거죠?”
박 부장이 웃었다.
“가지. 한 번에 2천만원짜리 말고, 매년 갈 수 있는 여행으로.”
퇴직금은 평생 일한 대가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에 쓰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이 박 부부에게 두 번째 월급이 되어 주는 것이다.
퇴직금 3억원을 받는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6년 뒤에도 남아 있고, 15년 뒤에도 부부의 생활을 지켜줄 수 있도록 계획하는 일이다.
※ 이 글의 인물과 금액은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실제 퇴직소득세, IRP 연금수령한도, 국민연금액 및 건강보험료는 개인별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퇴직 전에는 회사의 퇴직소득 예상내역, 금융회사의 IRP 연금지급계획, 국민연금 예상액,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예상보험료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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